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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카드는 레바스님께서 제작해주셨습니다.
플레이 일자: 2018년 10월 6일
KP: 레바스님
플레이어: 냠
PC: 로사 폴린체스키
PC 정보: 짝사랑하는 연상의 귀부인이 있는 기사. 실력은 뛰어나나 좌반신과 왼쪽 얼굴에 화상흉이 심하게 남아(app35) 이후로는 반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흑발에 녹색 눈. 충직하며 예의를 중시한다. 스스로가 평하기에도 그리 좋은 대화 상대는 아니다. 귀부인의 살롱에서 교류하기 위해 얕게나마 두루 교양을 섭렵했다.
이하로는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함유하는 플레이로그와 플레이 후기가 적혀 있습니다.
플레이 예정이신 분, 스포일러를 피하시는 분은 열람을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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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당신에게 낯선 초대장이 도착합니다. 처음 보는 문장으로 봉한, 본 적 없는 필체로 적힌 초대장. 초대장이 오는 것은 드문 일이 전혀 아니었으나, 그 안의 내용은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귀애하는 로사 폴란체스키 경,
경께서 원하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발신인은 적혀 있지 않은 초대장에 명시된 장소로 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해, 중간부터는 말에서 내려 걸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정신을 차려보면, 거대한 문 앞입니다.

(원하는 것을 주겠다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줄 알고.)
(그리고 그를 어떻게 주겠다는 것인지. 이런 허황된 글이나마 일단은 따라왔다만....)
그래, 결국은 나도 간절했다는 것인가.
(문지기나 시종이 없는지 둘러봅니다.)
문지기나 시종은 보이지 않습니다.

(문을 열어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은 어두운 방이었습니다.
정면에는 커다랗게, 움푹 패인 공간이 있고, 네모난 테두리를 감싼 스물두 개의 불꽃 문양 때문에 벽을 패서 만든 액자로도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 길이가 2m는 족히 달할 호박석이 있습니다.

Value: | 80/40/16 |
Rolled: | 37 |
Result: | Hard |
.... 주인이 있다면 나와보시오.
호박석 안에는 사람이라 할 수 없는 것이 엎드러져 있습니다.

갈라진 다섯 개의 갈퀴 같은 다리가 늘어졌고, 사람 하나쯤은 덮고도 남을 커다란 피막의 날개가 몸통을 감쌌습니다. 머리 대신 불가사리처럼 보이는 것이 달렸고, 가운데에는 가느다랗고 수많은 촉수들이 있습니다.

Value: | 70/35/14 |
Rolled: | 88 |
Result: | Fail |

rolling 1d6
()
3
3
일순 몸이 뻣뻣히 굳었으나,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그것이 엎드러진 앞을 바라보면 ...

나선형 탑처럼 생긴 계단 맨 위, 패인 공간 안쪽에, 화려한 의자에 앉아 왕관을 비스듬히 쓴 소녀가 보입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그 사람만이 희미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이며, 의자에 무언가 새겨져 있는 것도 같아요.

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여전히 잠잠하며,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마치 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계단을 올라와 보면, 눈을 감은 소녀가 앉은 의자에는 글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Value: | 80/40/16 |
Rolled: | 55 |
Result: | Success |
< 언젠가 무너지고 말 탑의 꼭대기. 왕관은 업적을, 불꽃은 행성과 별자리를. 나의 과오로 탑이 무너질 때에, 왕은 눈을 뜬다. >

망토를 덮어주던 당신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낍니다.

... 이상한 일이죠.
잠들었다고 해도 분명, 숨을 쉬면 가슴이나 어깨가 오르내릴 텐데.
소녀에게는 그런 변화가 전혀 없으니.

맥이 느껴지지 않고, 피부 또한 차갑습니다.

촉감은 인간의 그것보다는 약간 딱딱한 것 같아요.

(석고든 대리석이든 모종의 조각상으로 여기곤.... 소녀를 둘러봅니다. 왕관이라거나, 빛을 발하는 점이라거나.)
소녀는 그저 눈을 감고 있습니다. 의자는 화려하지만, 작은 몸집의 그에게 딱 맞는 크기이고, 왕관 또한 비스듬히 흘러 있지만 커서 흘러내린 것이 아닌, 오직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대충 납득하곤 소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잠든 조각상에게 걸칠 것을 둘러주었다니 우습게 되었지만,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아 그저 내버려두곤)
그러면, 그제서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바닥에는 벼락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둥근 방의 사방으로부터 벼락 모양으로 움푹 팬 문양이, 의자가 있는 계단을 향해 뻗습니다.

Value: | 40/20/8 |
Rolled: | 78 |
Result: | Fail |


Value: | 80/40/16 |
Rolled: | 14 |
Result: | Extreme |
내려가서 자세히 보면 바닥의 홈에 물이 마른 자국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벽을 살피면, 이어지는 홈이 있지만 위에서부터 자라난 담쟁이덩굴로 막혀 있습니다. 수로인 것 같네요.

천장은 막혀 있습니다.

(이런 모양이라면 계단 아래에 물이 들어찰텐데. 꼭대기의 조각만은 보전코자 하는가?)
(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겠고... 초대장을 보낸 사람을 찾고 싶다.)
주위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벽에 기대면 등 뒤에 담쟁이덩굴의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담쟁이덩굴: 맞아!

덩굴은 벽을 덮어, 작은 홈으로 생긴 수로를 막아버렸습니다.

바닥의 홈에 있던 물자국은, 아마 언젠가 물이 흘렀다는 의미겠지요.
덩굴을 뜯어내려고 하던 중, 당신은 벽에 새겨진 글씨를 발견합니다.
< 이곳은 나와 왕의 집, 방문자는 예를 갖춰 행동하라. >


Value: | 80/40/16 |
Rolled: | 87 |
Result: | Fail |

Value: | 80/40/16 |
Rolled: | 10 |
Result: | Extreme |
(엄청 열심히 비볐다.)
자세히 보면 덩굴에는 꽃봉오리 같은 것도 보입니다. 확실히, 덩굴은 전부가 멋대로 자란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까지는 가지를 치거나 정성껏 돌봐왔던 것 같네요.

(괜히 뜯었던 곳도..... 뜯은 티 안 나게 잘 가려봄) (ㅜㅠ)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왜 초대장이 나에게....?)
로사는 덩굴을 놓았습니다. 아마 수로를 덮은 부분이 채 관리되지 못한 거겠지요. 초대장을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 어째서 초대장을 받았는지를 알지 못한 채로, 그는 여전히 어두운 방 안에 있습니다.

Value: | 65/32/13 |
Rolled: | 95 |
Result: | Fail |
덩굴을 제거하면 수로에 물이 흐릅니다.
수로에 조금씩 흐르는 물이 홈을 채워, 벼락이 탑 모양 계단을 향해 내리치듯 흘러내리며 테두리의 불꽃이 정말 불타오르는 것처럼 밝게 빛납니다.

어딘가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전혀 그래보이지 않지만 당황해서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들리는 것은 발자국 소리.
불꽃은 조금씩 밝아지며, 담쟁이덩굴에는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수로의 물이 흐르는 소리가 고요하게 퍼집니다. 무너지던 것 같은 소리는 멎고, 당신에게 다가온 것은...
... 의자에 앉아 있던 소녀였습니다.
?: 당신이 이번 방문자입니까?

소녀는 고개를 돌립니다. 의자로 올라가던 계단이 반쯤 무너져 있습니다.

빛나는 불꽃으로 환하게 밝아진 방. 벼락의 수로와, 불타오르는 액자와, 무너진 탑, 노랗게 피어난 꽃들.
당신과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으나, 밝아진 방에서 다시 본 소녀는, 어딘가 모르게 사람이라 하기에는 어색합니다.

움직임은 생생하고 표정은 부드러우며, 이쪽을 바라보는 눈동자 또한 분명히 빛나지만, 어딘가 모를 위화감은 그대로입니다.
그렇죠,
이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나 인형 같은 종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Value: | 67/33/13 |
Rolled: | 95 |
Result: | Fail |

rolling 1d2
()
2
2
('나의 과오로 탑이 무너질 때'.... ..... 방금은 실수였나?)
이런 인형이란 게 존재할 수 있나? 굳어 있는 당신을 보고, 인형은 담쟁이 너머를 가리킵니다. 불꽃은 점점 밝아져, 그 너머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설핏 보입니다.
인형: 위로 갈까요.
원하는 걸 얻으려면, 탑의 위까지 가야 해요.

인형: 괜찮아요.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인형이 다가가자, 덩굴이 무대의 커튼처럼 늘어져 딱 한 사람 지나갈 공간을 내줍니다.
인형: 그러면, 위로 갈까요. 저를 따라오세요.

인형: (눈을 깜빡이며 보다가) 이곳은 위험하지 않아요. 하지만,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 당신을, 인형이 따라 올라갑니다.
올라가며 보이는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불타는 말이 이끄는 전차에 올라탄 소년이 벼락을 맞아 떨어지는 그림입니다.

Value: | 40/20/8 |
Rolled: | 63 |
Result: | Fail |
(고전적이군...)
이전에 이 비슷한 것을 들어본 것도 같은데... 벽화 아래의 글씨를 발견합니다.
< 나의 인형은 바빌로니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늘에 한없이 가까운 탑을 짓던 인간과도 같이 갈망할 수 있을까. 만일 갈망한다면, 인간이 신을 갈구하였듯이 인형 역시 나를 갈망하게 될까. 나에게 가까워지길 바라고, 나와 같은 위치에 서길 원할까. >

인형: 1층에서 만나지 않으셨나요?

(괴물이 갇힌 호박. 그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인형: 그분께서 저의 오래된 신이시랍니다.

인형: 괜찮아요, 이전에 오신 분들도 많이 놀라곤 하셨으니까.

인형: 네, 이 탑도, 그분이 준비해 주셨는걸요.
살아계실 때는 정말 다정한 분이셨답니다... 아, 발 밑을 조심하세요. 여기가 2층이에요.
이야기하는 사이 도착한 곳은, 천장이 한없이 높습니다. 저게 천장이긴 한 걸까요? 유난히 큰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지평선 대신 벽이 보이지 않았다면 밖이라고 착각했을 광경이 보입니다.

인형: 네에.
... 아! 이제 별의 호숫가에 가시게 될 텐데, 그 전에 잠시 쉬는 건 어떠신가요? 탑까지 오시는 길도 피곤했을 거고. 식사나 목욕을 하셔도 좋을 거예요.

인형은 기쁜 듯 앞장서, 작은 집으로 안내합니다. 앞에는 채소가 심긴 텃밭, 옆으로는 작은 냇물이 흐르고, 뒤로는 과실이 열린 나무가 보입니다.
인형: 얘들아, 나 왔어.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인형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에 쥐나 토끼의 퍼리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 그대로 뚝 멈춰버린 모습으로 보입니다.
인형: 아, 너무 오랜만에 올라왔더니, 동력이 멈췄나 봐요. (당황한 것처럼 말하고 뒤뜰로 나간다.)

여러 과실이 한 나무에 열린 나무들에는 가지마다 은으로 만든 등불이 달렸습니다. 여기저기 매달린 등불에서 이따금 흰 빛가루가 눈처럼 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빛을 잃고 꺼져 있습니다. 인형은 등불을 열어 안쪽을 보고 있습니다.

인형: 음, (고개를 돌려 로사를 보고) 저는 연료를 가지러 가야겠어요.
혹시, 같이 가시겠어요? 집에서 쉬고 계셔도 괜찮아요. 금방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인형: ...!
(기뻐하는 얼굴이 된다.) 피곤하지는 않으세요? 정말로, 금방 다녀올 수 있으니까... 아마 함께 가 주시면 더 빨리 다녀올 수 있을 거예요.

인형: 제게는 이름이 없어요.
당신은 어떻게 불리나요?

저는 로사 폴린체스키, 보통은 폴린체스키 경이라 불립니다.
인형: 폴린체스키 경.

인형: 오래된 신께서는 저를 인형이라고 부르셨어요, 폴린체스키 경.

인형: 편하게 불러 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인형: 루시.
저를 루시라고 부르실 건가요?

인형: (작게 웃는다.)
루시: 가실까요, 숲까지 가는 길을 제가 알아요.

루시는 앞장서 북서쪽으로 안내합니다. 가는 길에는 커다란 호수가 보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하얀 자작나무가 빼곡한 숲입니다.
바닥에는 눈이 가득 쌓였고, 자작나무 가지는 하나같이 높은 장소에 있어요. 눈은 내리지만, 내리는 속도가 너무나 느려 허공에 뜬 눈을 얼마든지 손으로 쥘 수 있습니다. 마치 이곳만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표지판 옆에 사다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잡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타고 올라가 가지를 꺾을 수 있겠네요.

(... 사랑하는 분의 이름을 처음 보는 인형에게 붙이곤 그러고서라도 원없이 불러 보길 바라는 나 같은 인간이 그런 것을 따지기엔 너무 염치가 없군.)
(사다리를 잡았다.) 올라가시지요.
루시: 네, 따뜻한 손이 잡으면 눈이 녹으니까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지를 꺾기 시작한다.)

루시: 자작나무의 가장 가느다란 가지에 쌓인 눈, 정확히는...
그 눈이 쌓일 때까지의 시간이, 연료가 되어요.

루시: 저의 오래된 신께서 준비해주신 곳이니까요.
그 표지판에도, 그리 적어두셨는걸요.

앗! 사다리 옆에 있는 표지판의 존재감... 엄청나다!

< 등불의 연료는 가장 가느다란 가지에 쌓인 눈.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마땅히 그래야 할 인과. >
글씨는 무언가 한 번 지웠다가 덧대 쓴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 지웠던 글씨의 자국이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Value: | 80/40/16 |
Rolled: | 13 |
Result: | Extreme |
< 수많은 갈망과 마주하며, 네게도 마땅히 그래야 할 변화가 생긴다면. 너에게, 이루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면. >
그런 글씨를, 썼다가 지운 것 같습니다.

루시: (가장 가느다란 가지를 찾아 손을 뻗거나 몸을 숙이거나 하고 있다.)

루시: 그 위에요?
아, 정말이다.
감사합니다, 폴린체스키 경. (발돋움을 해 가지를 꺾고, 아래를 향해 웃어 보인다.)

별 말씀을요. 준비가 되셨다면 돌아갈까요. (의례적으로 한 팔을 내민다. 기사가 귀부인과 동행할 때 차려야 하는 예의를.)
루시: (눈이 쌓여 얼어붙은 가지를 한가득 들고 내려와, 내민 팔을 가만히 본다.)

루시: ... 아. (알겠다는 것처럼 나뭇가지를 집어넣은 나무통 하나를 건네려다가 이어진 말에 눈을 몇 번 깜빡인다.)
손을 얹는군요. 폴린체스키 경께서 오신 곳의 풍습인가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루시: ... 그래봐도 괜찮을까요? 저도 들 수 있지만, 그러니까,

루시: 폴린체스키 경께서 오신 곳의 풍습을... (이어진 말에 소리내 웃는다.)
당신과 루시는 나무통을 나누어 들고, 그는 당신의 팔에 손을 얹고 돌아옵니다.

역시 함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네요. 혼자서는 여러 번 다녀와야 할 때도 있고, 올라갈 때도 위험하니까요.
그런 말을 하면서.

루시가 연료를 등불에 넣으면, 등불은 은은하면서도 환하게 빛납니다. 루시가 등불을 하나 들고 널부러진 퍼리들에게 가져다대면, 퍼리들은 금세 기운을 차립니다.
루시: 잘 있었어? 저기, 식사 준비를 할 거야.
그리고, 목욕물도 준비해 줄래? 갈아입을 옷도 있으면 좋겠다. 고마워.
퍼리들은 일어나기 무섭게 주어진 일을 수행합니다.

루시: 도와주는 친구들이에요.
가사일은, 저 혼자 할 수 없으니까.
... 아! 하지만 요리는 할 줄 알아요.

루시: 네, 연습했거든요.

연습을요.
루시: (작게 웃었다.)

루시: 저는 식사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여기 오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음,
뭔가 해 드리고 싶어서, 연습하게 됐어요.
... (어색히 웃고는) 목욕 준비가 됐을 거예요. 갈아입으실 옷도 준비해 달라고 했으니까, 다녀오세요.

예,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다녀오지요.
집은 화덕에 불을 피우는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입니다. 문이나 가구의 높이나, 문고리의 위치도 보통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크기예요.

하지만 단 하나, 벽난로 옆에 있는 문이 눈에 띕니다. 1층에서 보았던 작고 노란 꽃의 덩굴 문양이 있는 문은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지만, 아무래도 저것이 루시의 방인 모양이죠.
높기도 낮기도 합니다.

(목욕하러 갑니다.)
아니... 이럴 수가? 집을 아무리 살펴도 로사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문은 그것뿐이다...

(다시 인형에게 돌아간다.) ... 저, 실례합니다만.
루시: 네, 무슨 일인가요?

루시: 앗.
앗... 아, 그렇죠. 네. 다른 방은 아마 들어가시기 힘드실 거예요.
저기, 욕실도 깨끗하게 해주고 있으니까, 괜찮으시다면 편하게 써 주세요.

루시: (작게 웃는다.) 폴린체스키 경은, 사려깊은 분이시네요. 편하게 계시면 되어요.

방 안은 작고, 세공이 예쁜 빈티지 가구들로 차 있습니다. 루시에게 맞는 크기라 로사에게는 조금 작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담한 책상, 자그마한 옷장, 장작을 때서 사용하는 스토브와 패브릭 소파, 그리고 욕실로 이어지는 문이 있습니다.

욕실에는 따뜻한 목욕물과, 그 앞에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 한 벌 놓여 있습니다.

크기는 얼추 들어맞습니다. 검은 색의 제비꼬리처럼 끝이 갈라진 연미복이네요.

(장갑이 있을까? 손을 가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욕실 앞에 놓인 옷에는 없습니다. 옷장에는 있을지도 몰라요.

(... 그 사람... 아니, 인형은 분명 용서할테지만. 이 무슨 무례란 말인가... 그래도 옷장을 열어는 본다.)
옷장에는 다양한 체형,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외투나 목도리, 모자, 조끼 같은 것들이 가득합니다. 잘 수납되었고, 관리도 깔끔하지만 조금씩 사용감이 있습니다.

루시의 것이라 여기기에는, 지금껏 보아 왔던 그에게 꼭 맞는 크기의 것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 로사는 그 사이에서 장갑 한 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장갑은 꼭 맞는 크기였습니다!

로사는 루시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부엌에 앉아서 야채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어요.

루시: 폴린체스키 경. (목소리에 고개를 든다.)
음, 그러니까... 아마 괜찮을 것 같아요. 오븐도 예열 중이니까, 당근 껍질을 마저 벗기고, 그리고...
아, 목욕물은 괜찮았나요?

루시: (슬며시 웃는다.)
야채도 전부 텃밭에서 키웠어요.

루시: 네. 여길 관리하는 걸 해 주고 있어요.

루시: 그러게요. 그래도, 이번에 많이 가져왔으니까요.
아마 앞으로 이백 년은 괜찮지 않을까요?

루시: 네. 음, ... 아니면 백칠십 년 정도...

루시: 지금껏 몇 분은 계셨어요.
음, ... 잦다고 해야 할까요? 죄송해요. 방문객이 얼마나 자주 찾아오시는 것을 잦다고 하는 건가요?

당신이 적적함을 느끼지 않을 간격으로?
루시: 음...
그러면, 아마 잦은 편은 아니었나 봐요. (오븐에 베이킹팬을 집어넣는다.)

간만에 찾은 방문객이 그리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라. (습관적으로 입매를 쓸었다.)
루시: 애석한 일인가요? 저는 폴린체스키 경께서 와 주셔서 즐거운걸요.

루시: 폴린체스키 경은, 기쁘세요?
소원을 이루게 되셨으니까.

반신반의하면서도 쫓아갈 수밖에 없는 힘을 지니고 있더군요, 그 초대장은.
루시: 반신반의하셨군요.
하지만, 이 탑은 소원을 이루어드리는 탑이에요.

일단 당신을 알게 되어서는 기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루시: 잊고 계셨었나요? (신기하다는 것처럼 말하다가, 이어진 말에 웃어버린다.)
이름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뻐요.
그리고, 저를 부르는 이름도 가지고 계신 걸요. 폴린체스키 경께서는.

루시: 루시는 근사한 이름이 아닌 건가요?

루시: 그러면, 된 게 아닐까요?
물론 저는 이름은 잘 모르지만요.

루시: (오븐 안을 들여다보다가) 네, 다 된 것 같아요. 앉아 계세요! 바로 가져다 드릴게요.

루시는 곧 트레이를 들고 옵니다. 칠면조 스테이크 위에 단 허브 버터를 얹고, 오븐에 구운 당근을 가니쉬로 놓았습니다.
당신 앞에 식기를 놓고, 맞은편에 앉습니다.

루시: ... (즐겁게 웃는다.)

루시: 네, 저는 인형이니까요.
...인간이 된다면 식사하겠지요. 하지만.
방문객께서 즐겁게 드신다면 좋겠다, 는 생각으로 만들어요. 그러니까.

루시: 그건, 저의 소원이니까요.

루시: 네.

루시: 음 ....
그러니까, 음.
방문객이 오시면, 하나의 검이 생겨요.
그 검 하나에, 소원 하나.
그러니까, 제 소원은 이룰 수 없는걸요.

그래서야 당신이 탑을 떠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걸요.
당신을 위해 검을 포기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까?
루시: 이 탑은, 원하는 게 있는 사람만이 들어올 수 있어요.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다들 이루고 싶을 테니까.

루시: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러니까...
맹세는, 인간이 받는 거겠죠.
그러니까, 인간이 되고 싶어요.

루시: ... 그런가요? (왕관을 매만진다.)

루시: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왕이에요.

(아니다 인형이 그럴 수도 있지) (계속 식사함)
루시: 폴린체스키 경께서도, 바라는 것이 있으실 테죠.
식사가 끝나면, 별의 호수로 가요.

그보다 당신은... 왕이라고 하셨잖습니까. 인간이 되면 더는 그러진 못할겁니다.
루시: 어째서인가요?

루시: 왕은, 여럿이 있을 수 없는 건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왕이란 무엇입니까?
루시: 그런가요.
음, 저는.
... 맹세를 받는 사람이, 아닌가요? 왕은.
저는, 오래된 신께서, 제가 누군가를 지켜주고, 지켜준 사람에게 맹세를 받는 이이기를 원하셔서 왕이에요.

루시: 하지만 저는,
맹세를 받는 사람이기를 원하셨으니까...
그리고, 맹세는 인간이 받는 것이니까.

Value: | 10/5/2 |
Rolled: | 62 |
Result: | Fail |
루시는 어쩐지 자신감이 없어 보입니다.

함께 계단을 오르며 보았던 그림을 기억하십니까? 전차에서 추락하던 사람 말입니다.
루시: 네, 기억하고 있어요.
여러 번 봤는걸요.

저도 교류를 위해 교양을 쌓고, 또 그곳에서 온갖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루시: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는다.)

요지는 그런 것이었니다. 인간이란 곧잘 도전하는 존재이며, 또 더럽게도 말을 안 듣는 존재라고요. (이 부분은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지 억양이 바뀌었다.)
루시: (신과, 탑... 작게 고개를 기울인다.)

루시: 하지만...
... 그렇다면, 저는 아마 ... .... 이미, 그런게 아닐까요.

루시: 제 오래된 신께서는, 아마도.... 제가 인간이 되길 바란 건 아니셨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루시: 네.
오직 그것만을 ...
...

루시: (애매히 웃는다.) 기사의 맹세, 겠지요.
아무튼 저는, 왕인걸요.
식사는 즐거우셨나요? 호수에 갈 준비가 되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기사고, 기사가 어떻게 맹세하는지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루시: 그건 감사한 말씀이에요. (시선을 아래로 한다.) 제단에서, 조금 더 설명해드릴게요.

둘은 별의 호수로 출발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북극성, 북두칠성, 금성이 유난히 반짝이며 빛을 냅니다.
호수에 도착하면, 잔잔한 호수에 별이 고스란히 비칩니다. 가운데에는 정자가 놓였고, 자세히 보면 검이 꽂혀 있습니다. 호숫가에는 하나의 조각상. 마주 선 채, 검을 건네는 기사와 검을 받는 사람. 발치에는 글이 새겨진 석판이 놓였습니다.

< 기사의 맹세는 살아온 삶, 지켜온 의지, 살아나갈 순간을 모두 바치는 일이다 >
<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닿지 않을 별일지라도 >
< 소리 높여 노래하는 기사의 맹세 앞에 >
< 그 누가 왕이 되어주지 않을까 >
< 빛나는 맹세 앞에, 사람은 다시없을 관계를 맺는다. >

Value: | 80/40/16 |
Rolled: | 28 |
Result: | Hard |
그리고 검에, 이런 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 내가 정해준 답이 아닐지라도 네가 찾은 행복이라면 >
고개를 들어 보면, 검을 받는 사람의 조각상은 어느새 기사의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쓰여 있었나요/
.
그러나 루시는 옆에 없고,
루시: 폴린체스키 경.

멀리서 들리는 소리 쪽을 보면, 정자에 서 있습니다.
정자로 가는 다리는 삼분지 일 지점부터 뚝 끊겨 있는데도요.

루시: (소리내 웃는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래도 부르신다면.
루시: 다리로 건너오시면 돼요.
그 말에 다리로 건너가려고 하면, 호수 밑으로 비치는 커다란 그림자를 목격합니다. 흐물대는 움직임으로 다리 밑을 계속해 오가며, 이쪽을 호시탐탐 노리는 눈길 같은 것을 느낀 것 같습니다.

Value: | 65/32/13 |
Rolled: | 25 |
Result: | Hard |

(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루시: 그건,
그건 ... 괜찮아요.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는 끊겨 있으나 발 아래 딛히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투명한 다리를 걸어 오면, 물 아래 있던 무언가도 다가오지 못하고 그저 얌전히.
당신은 정자에 도착했습니다.

여인의 조각상이 물동이를 기울여 물을 내리붓는 아래에 검이 놓였습니다. 정자는 지붕이 높아 여인의 머리 위로 정확히 북극성, 북두칠성, 금성이 보입니다.

Value: | 40/20/8 |
Rolled: | 9 |
Result: | Hard |
당신은 이것이 점치는 카드에서의 별의 상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별은 주로 희망을 뜻하지만, 때로는 꿈을 보느라 현실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정자는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까요. 오래된 신이 죽어버린 지금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불필요한 화려한 장식 없이, 꽂힌 것은 훌륭히 기사의 검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루시: 검을 뽑으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열려요.
자, 폴린체스키 경.

계단이 열리고... 그 다음에는 무얼 하면 됩니까?
루시: 계단이 열리면, 제단으로 안내해드릴게요.
그리고... 거기서, 아까 말씀드린 설명을 해 드릴게요.

검을 뽑으면 정자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이 생겨납니다.
루시: 자, 저를 따라오세요. 이제 금방이에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난간 사이로 별이 빛나고, 난간에 새겨진 글이 별빛에 따라 그림자가 짙어져 뚜렷히 보입니다.
< 인형을 위해 바빌론의 탑을 지었다. 갈망하는 이들을 끌어들여, 네가 무언가 이룰 수 있다면. 네가 갈망을 배울 수 있다면. >
< 남겨줄 수 있는 것은 가능성이 전부다. 삶을, 명예를, 마음을, 이때까지 바라온 소원을 너에게 걸 수 있는 이를 만나 너 역시 갈망하기를. 인형인 너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 그런 관계야. >
루시: 제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길지 않으니까요.
3층에 올라오면 창문이 있습니다. 정면으로는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제단이, 양 옆으로는 왼편으로부터 햇빛이 환히 들어오는 커다란 아치형 창문이 늘어섰습니다. 이때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밝습니다. 환한 빛 아래서 안내해준 루시를 보면,
....

...?
인형의 관절부는 선명히 보입니다.

햇빛 아래에서 관절부는 유달리 도드라지고, 빛이 안으로 비쳤다가 다시 새어나오는 모습까지 확연합니다. 텅 빈 관절이 오렌지빛으로 빛나지만, 아름다움에 앞서 위화감이 듭니다.
문득, 당신은 이때까지 보아온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야말로 만능에 가까운 주인이, 어째서 인간이 아닌 인형을 만들었을까. 텅 빈 안쪽은 어떻게 보아도 인간이 아닙니다. 아무리 잘 보아도, 위화감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다. 이 인형은, 아무리 애써도 인간이 될 순 없다. 창조주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인형은, 인형으로 태어났다.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랬다면 처음부터 인간으로 만들었겠지.
인형은 인간이 될 수 없다.
텅 비어버린 안쪽을 들여다볼수록 점점 강한 확신에 사로잡혀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Value: | 65/32/13 |
Rolled: | 14 |
Result: | Hard |

루시는 당신의 위화감을 눈치챈 것처럼 관절부를 가리듯 슬쩍 물러납니다.
루시: 제단에 검을 바치면, 원하는 걸 얻어 돌아갈 수 있어요.

루시: 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폴린체스키 경께서는,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없으니까.
... 제단으로 가는 길은 개와 늑대의 모자이크화. 제단의 위에는 두 개의 기둥 사이로 뜬 초승달이 보입니다.

Value: | 40/20/8 |
Rolled: | 25 |
Result: | Success |
이 제단의 모습은, 점치는 카드의 별을 떠올리게 하네요.
동시에 위화감이 듭니다. 분명 순서대로라면 탑에서 절망하고, 별에서 희망을 보고, 달에서 불안해하면서도 무의식으로부터 의식으로 나아가, 고된 길을 지나가게 될 터지요.
하지만 어째서 달이 종착지일까요?
붕괴되는 탑을 지나 잠시 희망을 품었지만 다시 불안 속에 고된 길로 떨어지는 달. 새로운 시작의 태양은 바로 그 다음에나 올 텐데요. 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없나 돌아보아도 계단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새로운 시작, 따스한 성공은 태양일 텐데.
위화감에 불안해하면서도 제단에 다가가면, 검을 내려놓을 거치대 앞에 새긴 글씨가 있습니다.

< 나의 인형, 나의 왕, 절멸한 탑에서 영원에 가까이 너의 기사를 기다리게 될, 나의 귀엽고 귀여운 아이. >
< 가능하다면, 너와 함께 기다려주고 싶었다. 너의 갈망을 보고 싶었다. >

루시: 다정한 분이셨어요.

하지만 동시에 잔인하군요.
루시: ...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걸까요, 그 분은.
루시: 저는 ....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대답해주실 수 없으시니까요. 오래된 신께서는.
...
자, 폴린체스키 경. 검을 바치시면, 폴린체스키 경의 바람을 이룰 수 있어요.

루시: 네, 부디. (한 걸음 더 물러난다.)

루시: ...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오래된 신께서 맹세를 받는 존재이기를 바라셔서, 그저 그래서 ....

루시: (고개를 끄덕인다.)

루시: (의아한 것처럼 보며)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루시: 제게 일깨워주고 싶으신 것이요.

루시: ... (시선을 아래로 한다.)

루시: 그것이 무엇이든, 이루어질 테니까요.

루시: 사랑인가요?

루시: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가지고 오는 분들이 계셨으니까요.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본분은 섬기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니까요.
해서 소원 또한 사랑을 이루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 분이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이와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 이런 제가 당신께 바람에 대해 논하는 것도 우습군요. 저 또한 저만을 바라지 못할진대, 어찌 당신께 그를 청하겠습니까.
루시: ... 그러나, 남을 위해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이전에 오신 분이 계셨어요.
폴린체스키 경처럼, 사려깊은 분이셨답니다. 은빛 검을 뽑았고, 또...
검은 죽음의 병으로 마을의 사람들이 전부 죽어간다고 하셨어요. 그 본인은 건강하셨지만, 사람들이 죽지 않았으면 한다며, 소원을 비셨죠.
(밝게 웃어 보인다.) ... 오래된 신께서 그분께 약을 내려주셨답니다. 탑은 어떤 소원이든 가리지 않고... 방문객의 소원을 들어 주어요.
그러니 부디, 경께서도.

루시: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는 탑이니까요.

뒤에서 망설이는 듯한 기척이 느껴집니다.
로사 폴린체스키는 검을 바치나요?

루시: 네, 폴린체스키 경.

루시: 용서... 요.

루시: 하지만 폴린체스키 경께서는 제게 부정을 행하지 않으셨는데.

루시: (눈을 크게 뜨고 보다가, 소리내어 웃어버린다.)

루시: 그런가요.
그렇군요.
용서를 구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저는, 사랑받는 이름을 받았네요.
기쁜걸요.

루시: 그런 건가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신께 그 이름을 드릴 수 있어 기쁘군요.
루시: 폴린체스키 경께서 귀애하는 분은, 분명 멋진 분이시겠지요. 보통은 화를 낼 거라고 하셨지만... 앗.

(검의 손잡이를 루시에게 내민다.)
루시: 앗.
... 앗.
어?

루시: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결심한 얼굴로) 잠... 시만요.
네, 잠시만요, 폴린체스키 경.
... 음.
음, 네에.

루시: ... 저, 그렇다며는,
... 한 번만 더, 저를 따라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루시는 초승달 너머로 당신을 이끌어 갑니다.
루시를 따라가면, 탑 바깥을 둘러싼 나선형 계단이 있습니다. 인형의 뒤를 따라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가면, 그제야 탑 바깥의 풍경이 훤히 보입니다.
구름 위로 솟은 탑과, 자그마한 섬. 천공섬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면 붉은 깃발이 흔들립니다.
탑의 꼭대기에는 붉은 깃발과 낡은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구름 너머에서 떠오르는 해가 루시의 뺨을 비춥니다.
루시: (어색한 얼굴로 웃으며, 마치 소개하듯 팔을 벌려 보인다.)
여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
저의 신께서 만드신 탑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맹세도 좋겠죠. 왕이 되어 책임을 다해, 기사의 소원을 이루는 것이 제 기쁨이라고, 소원이라고 .... 쭉 생각해왔습니다. 네에, 물론이에요.

루시: .... 소원이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폴린체스키 경께서 처음에 원하셨던 것을 ..... 얻지 못할지도 몰라요.

루시: 그렇다 하더라도,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어,
폴린체스키 경.

루시: ... 저와, 친구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계속, 함께 해주세요.
루시는 용기를 그러모아 부탁합니다. 질끈 감은 눈꺼풀은 불안으로 떨립니다.

명령이십니까, 질문이십니까?
루시: 그건, ... 왕으로서의 명령도, 낯선 이의 질문도 아니고, 부탁 ... 이에요. 폴린체스키 경.

소중한 장소를 나누어주신 데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제가 드렸던가요?
루시: 네?

폴린체스키 경은 너무 딱딱하니까요.
루시: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 로지.

루시: 소중한 장소에, 같이 와 줘서 ... 고마워요, 로지.

루시: (조금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일어서 다시 높아진 눈높이를 따라 시선을 올린다.)

친구가 생긴다면 하고 싶었던 일이라던지요.
루시: ...!
그 말씀은, 저어,
그래 주시는.... 건가요?

애칭을 가르쳐 준다는 건 말입니다, 당신이 저를 그렇게 불러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 예. 친구입니다.
루시: (그제야 마주 웃는다.)
인형의 얼굴에 기쁨이 차오릅니다.
그러나, 인형은 인간이 되지 않습니다.
이야기와도 같은 기적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안 속에서도 용기를 그러모아, 태어난 목적조차 거부하여 손을 내민 인형의 얼굴은 분명....
루시가 왕관을 벗어 붉은 깃발 아래 내려놓으면, 왕관은 문이 되고, 그 위로 깃발이 흔들립니다.
루시는 굳게 다짐한 얼굴로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루시: 같이 가요. 로지의 소원은, 내가 꼭 이루어 줄게요.
계속, 함께 있을 테니까.
인간은 인형의 손을 잡고, 문 너머의 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떠오르는 태양 아래, 확고한 마음을 깃발 삼아.

루시: 이 앞에는 뭐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로지의 세계겠죠.
그러니까, 앞장서 줄래요?
앞장서 주겠습니까,
삶을, 명예를, 마음을, 이때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걸고 싶다 갈망한 인형과 함께.
END: < 여명 아래, 함께 >
루시야.........
루시한테 고록파면 받아주나요 (히바
다른 루시를 사랑하시잖아요? 하고 기웃기웃할듯
아? 나 이런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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